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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기 연세인] 학생벤처에서 시작, 상장 기업 CEO가 되다
작성일
2023.04.25
작성자
공과대학 홈페이지 관리자
게시글 내용
   

학생벤처에서 시작, 상장 기업 CEO가 되다

사이버 보안을 책임지는 샌즈랩 김기홍 대표(컴퓨터산업공학 02)


지난 2월 15일, 사이버 보안 업체 샌즈랩은 코스닥에 상장됨과 동시에 장중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가 된 뒤 상한가를 기록)’으로 화제가 됐다. 샌즈랩의 김기홍 대표는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인 2003년, 교내 학생벤처로 시작해 상장 기업의 CEO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화이트 해커에서 국내 굴지의 사이버 보안 업체 대표가 되기까지, 그가 몇 차례의 파고를 넘으면서도 뚝심 있게 걸어온 과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성공신화를 방불케 한다.



인공지능 기반의 혁신적인 사이버 보안 기술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사이버 보안 업계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사이버 공격이 발생하면 전문 인력이 꼬박 며칠을 매달려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이 간단하게 문제의 원인을 분석한다. 어느 국가에서, 어떤 취약점을 뚫고, 어떤 수법으로 해킹 시도를 하고 있는지까지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샌즈랩의 핵심 기술인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다. 


“사이버 범죄나 악성코드 등 다양한 사이버 위협들에 대한 흔적 정보들을 추적하고 분석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악성코드가 백신이나 포맷으로 치료가 가능한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기업이나 기관이 다루는 데이터가 방대하고, 암호화폐처럼 경제적인 부분과도 연결돼 있어 그 대응도 예전과는 달라야 합니다. 저희는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사이버 위협을 식별하고, 대응에 필요한 차세대 보안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혁신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샌즈랩은 ‘기술특례상장’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기술특례상장이란, 상장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라도 미래 성장 가치가 높다면 심사 기준을 완화해 상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이 제도를 통해 상장한 업체는 샌즈랩이 처음이다.


‘1.25 대란’ 겪으며 사이버 보안 기술의 사업화 구상 

김기홍 대표가 샌즈랩을 만든 것은 2003년 초, 1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계절학기를 수강하느라 기숙사에서 머물고 있던 그는 그해 1월 25일, 인터넷이 되지 않아 컴퓨터를 쓸 수 없는 당황스러운 순간을 맞았다. 디도스 공격으로 대한민국 인터넷망 전체가 혼란에 빠진, 일명 ‘1.25 대란’이었다. 당시 사이버 보안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보안 기술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해킹 기술을 공격이 아닌 보호를 위해 사용하고,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도록 사업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마침 학교 게시판에 학생벤처 모집 공고문이 붙었고, 이를 발견한 그는 곧바로 지원서를 냈다. 


“지금은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그때는 벤처라고 부르던 때였어요. 공학원 건물에 학생벤처센터가 있었죠. 사업계획서 등 필요한 서류들을 작성해 제출했는데, 다행히 선정됐어요. 사업자등록이 가능한 사무 공간과 컴퓨터, 인터넷을 지원받아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창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모두 제공해 주는 것도 좋았지만, 심리적 안정감이 정말 컸어요. 어린 나이에, 아무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해 모르는 것투성이잖아요. 그런데 학생벤처라는 이름으로, 학교라는 큰 나무 아래에 있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도 든든했어요. 함께 창업한 동료 벤처들을 보면서 경쟁도 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배우는 것도 많았고요. 벌써 20년 전인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고, 제가 그 혜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모교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기술력에 대한 확신으로 위기 극복

창업 이후의 과정은 순탄했다. ‘1.25 대란’으로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사이버 보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회사를 만들자마자 계약이 줄을 이었고, 매출이 쑥쑥 늘었다. 


“학생 신분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돈이 통장에 쌓였어요. 사업은 너무 잘 되고, 돈이 많으니 펑펑 썼어요. 그러면서 교만함에 빠졌죠. 업계에서 평도 안 좋아졌고요. 정신 차려 보니 돈도 사람도 다 잃었더라고요. 깊이 반성했죠. 뼈를 깎는 고통으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위기는 그 뒤에도 찾아왔다. 서버 증설을 위한 선투자로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고, 결국 투자를 받았다. 이전까지는 외부 자금 유입에 무척 보수적인 입장이었지만, 혼자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자금 문제가 해결되자 그동안 미뤄 뒀던 시설 확충 및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복병은 다른 데 있었다. 시장이 성숙되기도 전에 너무 앞선 기술을 내놓은 것이 문제였다. 좀체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마침 네이버, 카카오, 쿠팡 같은 IT 기업들의 사이버 보안 인력 스카우트 바람이 거세게 불던 때라 직원들의 이직이 줄을 이었다. 고액 연봉을 받고 회사를 옮기는 직원들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상장 이후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

“남은 사람들을 다독이며 회사를 재정비했어요. 제가 위기라고 꼽는 건 크게 세 번 정도이지만 그 사이사이 여러 가지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사업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이 기술이 시장에서 유효한 이상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사업을 그만둔다면, 그건 저희의 기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겁니다(웃음).”


그렇게 큰 파도를 무사히 넘은 샌즈랩은 최근 몇 년 동안 수직 성장을 거듭, 지난해 매출 100억 원을 넘겼다. 올해는 139억 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상장으로 확보한 대규모 자금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구축과 우수 인력 채용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제 그의 또 다른 목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샌즈랩의 기술이 국내용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 줄 계획이다. 자신이 만든 기술이 사회에 기여하고, 경제적 가치로도 환산돼 돌아온다는 점에서 성취감과 보람이 크다는 김기홍 대표. 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일찍 창업 전선에 뛰어든 덕분에 그는 아직(?) 마흔 살이다. 사업가로서 이미 많은 것을 이뤘지만 여전히 청년이고, 여전히 많은 가능성을 앞에 두고 있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